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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의 잔치, 커리의 역사와 유래, 그리고 현지화와 레시피

by richdad1988 2025. 7. 6.

향신료에 녹아는 전 세계의 정취, 커리의 역사와 유래를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커리는 단순히 밥 위에 끼얹는 국물이 아니에요. 각각의 커리에는 나라마다의 기후, 역사, 문화, 심지어 가족의 기억까지 녹아 있어요. 누군가에게는 집밥의 상징이고, 또 다른 이에게는 이국적인 여행의 맛이기도 하죠. 오늘은 커리의 기원과 이름의 유래, 세계 곳곳에서 어떻게 변형되었는지, 그리고 집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커리 레시피까지 천천히 따라가 볼 거예요.


1. 커리의 길고 긴 역사

커리의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돼요. 약 4천 년 전 인도 인더스 문명 유적에서 고대 향신료가 담긴 항아리가 발견되었을 만큼, 커리는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식탁에 존재해왔어요. 물론 지금의 커리와는 모양이 많이 다르지만, 향신료를 이용해 고기나 채소를 조리하는 방식은 그때부터 시작됐죠.

인도에서 커리는 하나의 음식 이름이라기보다, 다양한 조리법과 향신료의 조합을 일컫는 포괄적인 개념이에요. 그래서 ‘커리’라는 단어 자체는 서양에서 붙인 명칭이고, 인도 현지에서는 각 커리에 ‘마살라’, ‘코르마’, ‘빈달루’ 등 개별 이름이 있어요. 그래서 인도에 가서 커리를 달라고 하기보다는 개별 이름으로 주문을 해야 의사소통이 더 잘 되는 것이지요.

커리는 식민지 역사와도 맞닿아 있어요.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로 삼으면서 커리를 본국에 소개했고, 18~19세기 무렵 영국 가정집 식탁에 ‘커리 파우더’라는 이름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당시의 커리는 인도의 깊은 향보다는 영국인의 입맛에 맞게 조정된, 조금 더 순하고 크리미한 스타일이었죠.

그리고 20세기 들어서는 일본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커리를 해석하고 응용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커리는 ‘한 나라의 음식’에서 ‘전 세계가 공유하는 조리법’으로 확장됐어요. 지금 우리가 먹는 커리는 이 오랜 시간과 교류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죠.


2. 커리라는 이름의 유래, 알고 먹으면 재밌다!

‘커리(Curry)’라는 말은 타밀어의 ‘카리(kari)’에서 유래됐다고 해요. 이 단어는 ‘양념한 소스’나 ‘조리된 국물 요리’를 뜻하는 말인데, 17세기 영국 동인도회사 사람들이 인도 남부의 요리를 처음 접하면서 이 단어를 서양식으로 ‘커리’라고 부르기 시작했죠.

흥미로운 건, 인도에서는 ‘커리’라는 단어를 거의 쓰지 않는다는 거예요. 각 지역에서는 자신들만의 조리명과 향신료 이름을 더 정확히 사용하거든요. 북인도에서는 '팔락 파니르', '치킨 티카 마살라'처럼 조리법과 재료가 이름에 담기고, 남인도에서는 '삼바르', '라사무' 같은 이름이 익숙해요.

서양에서는 모든 향신료 요리를 뭉뚱그려 ‘커리’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지역마다 전혀 다른 향과 재료, 조리법이 쓰여요. 이처럼 ‘커리’라는 이름은 일종의 문화적 요약어인 셈이죠.

또한 일본에서는 ‘카레라이스’라는 이름으로 완전히 현지화되었고, 태국에서는 ‘게잉(Gaeng)’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태국 커리들이 만들어졌어요. 이름은 달라도, 모두 커리라는 큰 범주 안에 존재하는 음식들인 셈이에요.

‘커리’라는 말 안에는 역사적 편의성과 문화적 오해가 동시에 담겨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 단어 하나로 수십 가지 요리와 향신료의 세계를 포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그 자체가 매력이 되기도 해요.


3. 커리가 나라별로 현지화한 방식

커리는 전 세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변형되었어요. 그 나라의 기후, 입맛, 식재료, 식문화에 따라 전혀 다른 커리가 탄생했죠. 예를 들어, 인도 커리는 지역에 따라 색도 다르고 맛도 달라요. 북인도는 크림과 토마토 베이스, 남인도는 코코넛밀크와 향신료를 더 강조한 스타일이에요.

영국에서는 '치킨 티카 마살라'가 국민 음식처럼 자리잡았어요. 인도에서 시작된 요리지만, 영국 현지에서 입맛에 맞게 변형된 결과죠. 크리미하고 부드러운 소스에 구운 치킨을 넣은 형태인데, 인도 현지에는 없는 스타일이에요.

일본은 독자적인 길을 택했죠. 고체 카레 블록을 물에 풀어 만든 ‘카레라이스’는 20세기 초 해군 식단에서 시작되었고, 이후 가정식으로 완전히 자리잡았어요. 달콤하고 걸쭉한 스타일로,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좋아하죠.

태국 커리는 ‘레드’, ‘그린’, ‘옐로우’처럼 색에 따라 나뉘어요. 생선 소스, 코코넛밀크, 허브, 고추가 조화를 이루며, 국물은 묽지만 맛은 강렬해요. 매콤하면서도 향긋한 맛이 특징이죠.

그 외에도 중동의 커리는 커민, 계피, 강황이 풍부하게 들어간 향신료 베이스에 고기나 콩류를 중심으로 구성되고, 아프리카의 커리는 땅콩버터나 토마토 베이스로 만들어져 전혀 다른 풍미를 보여줘요.

이렇게 다양한 변형은 ‘커리’라는 음식이 얼마나 유연하고 개방적인지를 보여줘요. 자신만의 재료를 담아내고, 각자 다른 정체성을 품으면서도 결국 하나의 범주로 묶일 수 있는 그릇 같은 음식이에요.


4. 다양하게 즐기는 커리 레시피

커리는 언뜻 보면 어렵게 느껴지지만, 알고 보면 아주 유연하고 간단한 요리예요. 기본 구성은 ‘향신료, 기름, 재료, 물 또는 우유’예요. 여기에 원하는 재료를 넣고 조리하면 돼요.

예를 들어 인도식 커리를 만들고 싶다면, 양파와 마늘, 생강을 볶은 뒤 커민, 강황, 고수 가루 같은 향신료를 더해요. 여기에 토마토와 요거트를 넣고, 닭고기나 감자, 병아리콩 등을 넣으면 훌륭한 치킨 커리 또는 베지터블 커리가 완성돼요.

일본식 카레는 더 간단해요. 시판되는 고체 카레 블록만 있어도 되죠. 양파, 감자, 당근, 고기를 볶고 물을 붓고 익힌 다음 카레 블록을 녹이면 완성돼요. 은은한 단맛과 걸쭉한 질감 덕분에 밥과 잘 어울리고, 남은 커리는 빵이나 우동과 함께 먹어도 맛있어요.

태국식 커리는 코코넛밀크와 레드 또는 그린 커리 페이스트가 핵심이에요. 이 둘만 있어도 본격적인 맛이 나요. 여기에 닭고기, 가지, 바질, 고추를 넣으면 풍미 가득한 커리가 완성돼요. 재료만 준비되어 있다면 조리 시간은 오히려 짧은 편이에요.

냉장고 속 남은 채소나 콩, 해산물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커리의 장점이에요. 심지어 레토르트 커리 제품을 기본으로 해도, 집에 있는 요거트, 견과류, 향신료를 추가하면 맛이 확 바뀌죠.

결국 커리는 ‘정답 없는 요리’예요. 자기 입맛에 맞게, 남은 재료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한 그릇이 되는 마법 같은 음식이에요. 그래서 더 자주, 더 자유롭게 만들게 되는 것 같아요.


커리는 단지 향신료의 조합이 아니라, 문화와 기억, 그리고 시간의 켜를 담은 음식이에요.
같은 이름 아래 서로 다른 맛과 스타일이 존재한다는 건, 이 음식이 얼마나 열린 태도를 지니고 있는지를 보여줘요.
특별한 날의 메인 요리이기도 하고, 혼자 있는 밤의 위로가 되기도 하죠.
그런 커리는, 오늘 우리의 식탁에도 가장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친구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