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한 도우 위에 치즈가 늘어지고, 그 위에 토핑이 어우러지는 피자 한 조각. 누군가에겐 배달의 기본, 또 누군가에겐 추억의 맛. 오늘은 이 피자의 역사와 유래, 나라별 피자의 변신, 그리고 집에서 만드는 법까지 가볍게 풀어볼게요.
1. 피자의 역사에 대해 한번 들여다보겠습니다.
여러분들은 피자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피자의 시작을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오래된 돌벽집 앞 화덕이 떠오르곤 해요. 실제로 피자의 가장 초기 형태는 고대 로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로마인들은 얇은 빵을 구워 거기에 허브랑 기름, 때로는 꿀 같은 걸 얹어 먹었는데, 딱 지금의 ‘베이스 도우 + 토핑’ 구조죠.
하지만 지금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피자는 나폴리에서 시작됐다는 게 정설이에요. 18세기 후반쯤, 나폴리의 노동자들이 바쁜 일상생활 중에 싼값에 한 끼를 빠르게 해결하려고 밀가루 반죽에 토마토와 마늘, 올리브유를 얹어 구워 먹기 시작했대요. 그게 지금의 피자 전신인 셈이죠.
재밌는 일화도 있어요. 1889년에 이탈리아 왕비 마르게리타가 나폴리를 방문했을 때, 한 셰프가 토마토(빨강), 모차렐라 치즈(하양), 바질(초록)을 조합해서 이탈리아 국기 색으로 만든 피자를 선물했는데, 그 피자를 ‘마르게리타 피자’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얘기예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피자 중 하나가 마르게리타 피자인데, 이렇게 재미있는 일화를 알고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네요.
미국에 피자가 본격적으로 퍼진 건 20세기 초반이에요.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피자를 가져와서 뉴욕에서 팔기 시작했는데, 그게 대박이 난 거죠. 이후 냉동 피자, 체인점, 배달 문화가 생기면서 피자는 이제 그냥 음식이 아니라 문화가 된 셈이에요.
2. 피자의 유래, 이름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요?
‘피자(Pizza)’라는 말은 듣기엔 간단한데, 그 유래를 보면 꽤 복잡해요. 라틴어 ‘pinsa’에서 왔다는 얘기도 있고, 고대 독일어 ‘bizzo’(물어뜯다)에서 나왔다는 말도 있어요. 어쨌든 공통점은 전부 ‘눌러 펴거나 먹는다’는 이미지예요. 아하, 그렇네요. 딱 피자랑 맞죠?
중세 이탈리아 문서에도 ‘piza’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나폴리 방언에서 나온 말이라는 설이 많아요. 이게 지금의 피자(pizza)로 굳어진 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문화의 일부 같아요.
한편, 지금은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재료인 토마토가 피자에 들어가기 시작한 건 18세기 후반이에요. 처음엔 유럽 사람들이 토마토를 독 있는 식물로 오해했대요. 아마도 빨간색이 불길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근데 나폴리의 서민들이 그냥 먹어보고 "맛있네?" 하고 먹기 시작한 게 전환점이었죠. 용기 있는 나폴리 서민들 덕에 토마토가 피자에 올라가기 시작했군요.
토마토, 치즈, 도우라는 단순한 조합이 그 이후로 얼마나 다양하게 발전했는지는 이제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이야기예요.
개인적으로 피자라는 단어는 듣는 것만으로도 뭔가 따뜻하고 기분 좋은 감정을 불러일으켜요. 왜냐하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피자 = 기분 좋은 시간'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이 자체로도 피자는 성공한 브랜드라고 볼 수 있겠죠.
3. 피자는 나라별로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피자의 글로벌 적응력(?)은 정말 대단해요. 나라별로 피자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면, 음식이 문화에 얼마나 잘 스며드는지 느껴지죠.
먼저 우리나라. 고구마 무스 들어간 피자, 불고기 피자, 치즈 크러스트. 이건 한국식 피자의 상징이에요. 외국인 친구들한테 소개하면 대부분 "이게 피자라고?" 하면서도 한입 먹고는 좋아해요. 단짠 조합은 어느 나라에서도 통하는 듯해요. 물론 이탈리아인들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젓겠지만요.
일본은 섬나라답게 신선한 해산물과 마요네즈가 대세예요. 오코노미야키처럼 보이는 피자도 있고, 모찌 토핑 올린 것도 많죠. 진짜 일본 답다고 해야 할까. 반면 인도에서는 소고기 대신 탄두리 치킨이나 커리 베이스 소스를 사용하는 피자가 인기래요. 종교적인 이유도 있지만 향신료의 힘이 커요. 무엇보다도 소고기를 먹기 힘드니, 당연하게도 치킨을 사용할 수밖에 없겠지요.
미국은 뭐 말할 필요도 없죠. 뉴욕 스타일처럼 얇고 쫙 접어서 먹는 피자, 시카고 딥디쉬처럼 거의 파이 수준으로 두꺼운 피자, 거기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아보카도랑 고르곤졸라 들어간 피자도 흔해요.
멕시코는 살사 소스랑 하바네로가 올라간 매운 피자, 프랑스는 바게트 같은 도우에 고급 치즈 올린 와인용 피자(!)까지 등장해요.
이걸 보면 피자는 그냥 이탈리아 음식이 아니에요. 각 나라의 맛을 담아내는 그릇 같은 느낌이죠.
4. 집에서도 피자, 멋진 레시피로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어요.
직접 만들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피자는 생각보다 만들기 쉬워요. 물론 도우 만들기는 손이 좀 가긴 해요. 강력분 밀가루, 드라이 이스트, 따뜻한 물, 소금, 올리브유. 이걸 섞어서 반죽하고 발효하면 도우는 끝이에요. 익숙해지면 반죽 만들기는 꽤 쉬워질 수 있지만, 막상 처음에 반죽을 만들려면 각 재료의 양을 섬세하게 조절해야 해서 질퍽질퍽한 반죽을 만들어내기 십상이지요. 하지만 요즘은 마트에서 생도우도 팔아서 더 간편하긴 합니다.
피자 소스는 토마토 통조림에 마늘, 올리브유, 바질, 오레가노 조금 넣고 끓이면 금방 만들어져요. 아니면 그냥 토마토소스 사서 써도 되긴 하죠. 치즈는 모짜렐라가 기본이지만, 체다나 고르곤졸라를 섞으면 풍미가 확 살아요.
토핑은 진짜 자유롭게 선택하면 됩니다. 양파, 페퍼로니, 버섯, 블랙올리브, 파프리카, 베이컨, 심지어 파인애플도. 뭐든 얹어도 되죠.
오븐이 있다면 220도 정도에서 12분쯤 구워주면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피자가 완성돼요. 오븐이 없으면 프라이팬에 약불로 굽는 방법도 있어요. 뚜껑 덮고 천천히 익히면 의외로 괜찮아요.
가끔은 리코타 치즈에 루꼴라 올리고, 꿀 살짝 뿌려 먹는 ‘트러플 풍 피자’도 집에서 해 먹어요. 직접 만들면 뭐랄까… 더 맛있진 않더라도 만족감은 확실해요. ‘내 손으로 만든 피자’라는 자부심이랄까.
피자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서, 우리가 사는 곳과 방식에 따라 계속 달라지는 유연한 음식이에요. 어디서 먹든, 누구와 먹든, 한 조각에 담긴 이야기와 기분은 결코 가볍지 않죠.
그래서일까요. 배달로 오든, 화덕에서 나오든, 피자는 언제나 반가운 존재예요.